Delete Modify 김세중 Number : 67, Access : 4132 , Lines : 49
미국  5대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 긴급 구제금융, 대공황 이후 최악사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신용 공포’가 전 세계 금융가를 엄습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그동안 쓰러진 헤지펀드들이 월가의 ‘곁가지’라면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베어스턴스는 ‘몸통’이다.

당장 대형 투자은행들이 연쇄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례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등 신속하게 움직인 것도 이 때문이다.

FRB가 연방은행을 통해 투자은행에 구제금융을 내준 것은 1929년 대공황 시절 이래 처음이다. 다음 날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미국이 ‘마진콜(자금 부족 경고)’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국내 경제에도 파장이 불가피할 조짐이다.

◇“베어스턴스, 너마저…”=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지난해 베어스턴스가 운영하던 두 개의 헤지펀드가 청산되며 본격화됐다. 그때만 해도 베어스턴스가 쓰러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저 ‘85년의 역사’에서 숱하게 겪어 온 위기의 하나로 치부됐다. 회사 측도 유동성 위기를 극구 부인해 왔기에 시장의 충격은 컸다.

이번 구제금융은 상업 은행인 JP모건 체이스가 뉴욕연방은행에서 받아 건네주게 된다. 증권사 성격이 강한 베어스턴스는 연방은행에 당좌계좌가 없기 때문에 직접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1992년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을 통해 국내 투신사들을 지원했던 방식과 비슷하다. 당시 구제금융을 받았던 한국투신·대한투신 등은 결국 매각됐다. 베어스턴스도 같은 운명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부실 도미노가 더 걱정=월가가 두려워하는 것은 앞으로다. 대형 투자은행의 연쇄 부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자산 상각으로 돈이 급해진 투자은행들은 헤지펀드들에 빚을 갚거나, 위험 대비용 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독촉해 왔다. 칼라일 그룹이 지분을 보유한 칼라일 캐피털도 결국 이 요구에 무너졌다.

부도는 부도를 불렀다. 헤지펀드들이 잇따라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지자 위기는 역으로 돈을 꿔준 투자은행을 덮치기 시작했다. 베어스턴스의 발표 이후 리먼브러더스·씨티그룹의 주가가 추락한 것도 ‘도미노 공포’ 때문이다.

로버트 아이젠바이즈 전 애틀랜타 FRB 연구소장은 “금융사들이 자산의 실상을 그대로 공개하지 않는 한 불안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FRB도 이 점을 심각하게 봤다. 구제금융은 FRB가 위험 부담을 지기 때문에 그간 좀처럼 꺼내지 않은 카드다. 73년 오일 쇼크와 87년 블랙 먼데이, 98년 롱텀캐피털(LTCM) 사태 때도 잠자코 있었다. FRB 관계자는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스템 자체가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개입했다”고 밝혔다.

◇추가 금리 인하 확실시=미국 금융당국은 후속 대책을 속속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14일 “서민 주택 보유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모기지 연체자에 대한 일부 원금 탕감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덕적 해이’ 논란을 감수하더라도 우선 시장부터 구해놓고 보겠다는 얘기다.

추가 금리 인하도 확실시된다. WSJ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5~1%포인트 사이에서 금리 인하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또 베어스턴스에 대한 구제금융의 효과가 불충분할 경우 앞으로 추가 부실화하는 금융사에 대해선 구제금융 이외에 금융당국이 직접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영향은=미국 경제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의 파장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의 신용 경색이 악화되면서 ‘외국인 주식·채권시장 이탈→환율 급등→증시 재하락’이라는 악순환에 빠진 상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16일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이유를 들어 “환율 상승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제자본의 ‘안전 자산’으로의 탈출이 가속화되면서 원유·금 등 원자재 가격도 당분간 고공행진을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

자칫 미 경제의 침체가 본격화할 경우 수출업체들이 환율 상승의 효과를 보기도 전에 타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 이 경우 새 정부의 올해 ‘6% 성장’ 목표도 멀어질 수 있다.

이종우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의 불안이 계속되면서 단기간 내에 안정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며 “주가가 150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신중론도 나온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조정을 받겠지만 사태가 막바지에 이른 만큼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조금씩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민근·김선하 기자, 중앙일보, 2008.3.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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