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ete Modify 김세중 Number : 115, Access : 4811 , Lines : 24
한숨 쉬는  실물경기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이 31일 일제히 할인 판매를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은 가을·겨울 재고상품을 60~80% 싼 가격에 내놓았다. 지난해 할인율은 50~60%였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0만 점이었던 특가상품을 올해 15만 점으로 늘렸다. 그러나 이날 백화점엔 기대만큼 사람이 몰리지 않았다. 피아노 학원을 하는 유연희(37·경기 안산)씨는 “정해진 날에 수강료를 내지 못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며 “할인 행사에 맞춰 옷을 한두 벌씩 사곤 했는데 올해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급한 고비를 넘긴 데 비해 실물 경제에는 불황의 그림자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집값이 떨어지고, 대출 이자가 오르면서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기업의 걱정도 커졌다. 재고가 쌓이자 당분간 가동을 중단하는 공장도 늘고 있다.

◆마이너스 지표=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매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 줄었다. 대형마트 판매액은 7.6%, 백화점 판매액은 5% 줄었다. 소비자들이 장을 보는 횟수를 줄이고, 생필품 구매도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목돈이 들어가는 자동차·가구 같은 내구재 소비는 두 달째 감소했고, 옷 같은 준내구재 소비(-6%)도 줄기 시작했다.

대내외 여건이 나빠지면서 기업 생산도 감소했다. 9월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1% 늘었지만 올해 조업일수가 이틀 더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0.8% 줄었다. 개점 휴업에 들어간 공장도 적지 않다. SK에너지는 지난달 27일부터 20일간 울산 나프타 분해 1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재고가 많이 쌓였기 때문이다. 이는 1962년 공장 문을 연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전체 제조업 재고는 1년 새 17.6%늘었고, 반도체·부품 재고 증가율은 71%에 이른다. 이에 따라 경기에 대한 종합평가라 할 수 있는 경기 동행·선행지수는 8개월째 동반 하락했다. 윤명준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세계경제 불안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이것이 생산·재고 등 실물지표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런 상황이 오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기업경기전망지수가 65에 불과했다. 10월보다 13포인트나 하락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다. 이 지표가 100 미만이면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인데,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더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실물 위축 불가피=금융연구원은 지난달 29일 내년 성장률을 3.4%로 전망했다. 특히 내년 상반기는 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정부가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급격한 침체를 막는 효과 정도이지 경기를 되살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비 위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전반적으로 물가가 올랐기 때문에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는 0.3%(2분기)에 그쳤다. 쓸 돈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집값과 주가가 하락하면서 심리도 얼어붙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유가는 내렸지만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수입 가격은 생각만큼 크게 내리지 않았다. 원자재를 사와야 하는 내수 기업은 환율 때문에, 수출 기업은 세계경제 침체 때문에 고민인 셈이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 불안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영훈·박현영 기자, 중앙일보, 2008.11.1.
2008/11/01 (10:25) from 121.166.82.176' of 121.166.82.176'

Backward Forward Post Reply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