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은 변덕장이가 잘하는 학문(?)

 

"우리는 할 수 있다(can-do)"는 정신으로 우리나라는 수십 년 만에 1인당 국민 소득 불과 몇 백 달러에서 1만 달러까지 끌어 올렸다. 바닷가 허허 벌판을 가르키며 "여기에다 조선소를 건설하여 귀하가 원하는 선박을 지어 주겠소" 라는 말을 믿고 외국선주는 우리 기업인에게 선박을 주문했다. 이것은 그 당시 우리나라 국민과 기업인의 can-do 정신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무모한 can-do정신이 기업을 사지에 몰아 넣고 있다. 삼성 자동차의 운명이, 현대반도체 운명이 그러하다. can-do 정신의 표본이자 1970년대 오일 쇼크의 방패막이 역할을 수행했던 현대 건설이 지금은 긴급 수혈을 받을 정도가 되고 말았다.
사업을 시작하기만 하면 돈을 벌었던 시대가 있었다. 은행 빚을 얻지 못하여 사업확장을 못하는 것이 바보였던 시대가 있었다. 그 당시는 기업의 부채비율 500%는 당연한 것이었으며 오히려 부채비율이 낮은 기업은 발전이 늦은 기업으로 치부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부채비율 500%로는 도저히 살아 남지 못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또한 과거에는 기업의 수를 늘려 사세를 확장하는 것이 미덕인 때도 있었다. 재벌들은 건설업에서 경공업으로, 중공업으로, 화학공업으로, 금융업으로, 정보산업으로 확장함으로서 사세를 확대하였고 또한 이는 고용을 늘리며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 다각화가 한계점에 도달한 이후 사업다각화는 도리어 화가 되었으며 결국 우리나라는 이 때문에 IMF경제 체제 하에 놓이게 되었다.
우리 우리나라는 과거 수십 년 간 투자를 계속하여 왔고 그 투자가 확대 재생산되어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그 투자가 부메랑이 되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소비가 뒤 밭침 되지 않는 투자는 폐기되는 생산시설 즉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고 만다. 정말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요사이는 또 다른 변덕(?)이 눈에 뜨인다. 저축이 미덕이라고 귀가 아프게 들어 왔고, 코 묻은 어린이 동전을 은행에 예금하는 것을 홍보하던 시대가 엊그제였다. 그 저축을 추진하는 한국은행에서 이제는 건전한 소비가 미덕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5, 6년 전 한동안 '삐삐'가 인기가 있어, 불과 1, 2년 사이에 한국사람 성인의 대부분이 삐삐를 소유하여 한국이 삐삐 천국이 된 적이 있었다. 그 후 수년이 되지 않아 삐삐는 완전히 사라지고 휴대폰이 그 뒤를 이었다. 소비자들이 삐삐를 팔아치우고 휴대폰을 샀기 때문이다.
미국기업 Zerox는 수십 년 동안 좋은 발명품 복사기로 인하여 세계 일류 기업이 되었다. 유사한 기술을 가졌던 코닥이나 IBM도 상품화 못했던 복사기술을 Xerox는 상품화했기 때문이다. 고유명사인 Xerox가 복사기란 보통명사로 될 만큼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그것도 권불십년, Xerox가 부도위기에 몰려 있다. 인터넷으로, e-mail로 서류를 복사할 필요가 없어졋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가장 큰 기업은 정유회사이다. 그러나 그 정유회사 수명도 길지는 않을 것이라 한다. 자동차 연료로 공해를 방출하는 휘발유에서 연료셀로 대체되면 현재의 원유 수요의 90%가 감소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덕스러운 변화는 다윈의 진화론으로 곧장 비유되기도 한다.
환경에 잘 적응하는 생물은 번창하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은 멸종된다는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생물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생과 사의 논리는 생물환경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업환경이 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인건비, 토지 값, 금리(실질금리)등 생산요소가 저렴하여 이를 값싸게 구입할 수 있어 생산원가가 저렴하였고 따라서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낼 수 있었다. can-do 정신만으로 기업이 번창할 수 있었고, 부채비율 500%, 사업다각화도 가능하였으며, 따라서 계속적인 투자로 인하여 확대 재생도 가능하였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자 생산요소가 올라 생산원가도 상승하게되었고 국제 경쟁력도 떨어지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can-do정신만으로, 부채비율500%로, 경쟁력 없는 사업다각화로는 기업이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렇게 경영학은 진리는 없고 변덕이 난무하는 이론만 있는 것인가? 왜 경영학에는 H2O는 물이고 1+1=2라는 진리는 없는가?
하기야 청년시절에 좋은 운동이 노인에게도 좋은 운동이 될 수는 없다. 노인이 되어 청년시절에 즐기던 운동을 계속하면 그것은 약이 아니고 건강을 해치는 독약이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여름에 시원하던 옷이 계속 좋은 옷이 아니고 겨울이 되면 바꿔 입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관성의 법칙은 물리에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마음에서도 같이 적용되는 것 같다. 한번 익숙해진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아니하여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생기기도 하였다. 사람은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 만 본다고 한다. 나이는 들었어도 마음은 청춘이라고 하는 말도 있다. 내가 옛날에 이렇게 하여 큰돈을 벌었는데 하고 옛날에 돈 벌었던 방식을 수십 년 후 지금도 사용하려고 한다. 대우그릅이, 현대그릅이 어렵게 된 이유도 이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러한 기업환경의 변화는 급격히 오지 않고 서서히 온다. 썰물인지 밀물인지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모르듯이 환경의 변화도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찾아온다. 이를 알아도 고치기 어려운데 이를 감지하지 못한 경영자는 구태의연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외국의 유명 경영컨설턴트는 이렇게 비유한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갑자기 넣으면 튀쳐 나오지만 찬물에 넣고 그물을 서서히 뜨겁게 하면 그 개구리는 이를 느끼지 못하고 결국 그 뜨거운 물에 익혀 죽는다".
우리나라는 수 백년, 아니 수 천년 동안 농업 국가였다. 그리고 지금부터 50년 전부터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사회를 살고 있다. 이러한 큰 변화에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수년 전 삼성그릅에서 "자식하고 마누라만 빼고 모두 바꿔 버리자" 라는 말이 요사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변화 사이클이 과거에는 수 백년에서 요사이는 십 년도 길은 것 같다.
이러한 변덕스러운 세상에서는 자기의 몸 색깔을 쉽게 변하게 하는 카멜레온을 닮아야 살 수 있을 것 같다.
경영자여, 개구리보다는 카멜레온이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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