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 전 시장성 따지자

 

사람이 생명을 이어가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심장일 것이다.
그러나 심장만 튼튼하다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장 외에 허파 간 위 머리 등 건강해야 할 부분은 수없이 많다. 기업이 번창하려면 제일 필요한 것은 기술일 것이다. 그러나 이 기술 또한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마케팅을 꼽고 싶다. 물만 있으면 사람이 물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이 돈을 벌어다 주려면 시장성이 있어야 한다.

시장성이란 그 기술을 다른 사람이 사주어야 한다는 의미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타인이 그 기술을 사주지 않으면 그 기술은 기술일 뿐 경제적 가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거액을 투자해 기술개발을 하기 전에 그 기술이 시장성이 있는지를 미리 연구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기술자는 기술이 우수하면 시장성이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으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세계적인 대기업도 기술의 시장성을 간과해 기술개발과 기술의 상업화에 막대한 돈을 투자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많다.

셀로판 나일론의 발명으로 돈을 많이 번 듀퐁사는 나일론 발명 이래 이에 못지 않는 새로운 물질을 발명해 듀퐁 연구소는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케브라(kevlar)라는 신물질이었다.
케브라는 천보가 5배 질긴 데 비해 철 무게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수요처가 많으리라고 예측했다. 이에 케브라의 수요처를 물색한 결과 자동차 타이어에 적합했다. 타이어 회사와 판매계약을 맺고 듀퐁은 5억달러를 투자해 케브라를 생산했다. 그러나 자동차 소유자들은 '철로 짜여진 래디얼 타이어'를 더 선호해 타이어 제조회사는 1년도 채 안돼 케브라 구입을 중단하고 다시 철을 사용했다.
케브라가 천보다 더 튼튼하다고 하나 철이 가장 강하다는 소비자의 생각을 바꾸지는 못한 것이다. 케브라에 투자해 듀퐁은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되었다.

급히 연락하고자 할 때 편리함 때문에 삐삐사업이 수년만에 급속도로 번창하였고 나아가 휴대전화 사업이 수년 만에 폭발적으로 전국으로 확산돼 SK텔레콤 주가는 주당 400만원이 되었다. 그러나 이 휴대전화는 외국으로 나가면 무용지물이 된다. 여기에 착안해 모토로라 등 국제통신기업들이 합작해 이리듐이라는 기업을 세우고 전세계 어디서나 휴대전화로 통화가 가능한 이동통신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기 위해 저궤도 인공위성 50개를 띄우는 등, 이 기술개발과 운영을 위하여 50억달러를 투입했다. 그러나 이리듐은 영업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파산하고 말았다. 기술과 아이디어는 좋지만 이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아 투자에 비해 매출액이 형편없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전세계적으로 이리듐 한 개 기업이 아니라 IOC등 여러 기업이 있으면 모두 파산 상태에 놓여 있다. SK텔레콤 한국통신도 이들 기업의 주주다.

혼다자동차는 미국에서는 잘 팔리는 외제차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 성능이나 디자인 등 여러 면에서 우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일본에서는 인기가 없다. 왜 그럴까. 이것은 기술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혼다는 원래 오토바이로 사업을 시작해 그후 자동차 회사로 변신한 기업이다. 일본인에게 혼다는 오토바이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박혀있어 혼다자동차를 불신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구제조로 성공한 기업이 일본에 진출했다. 일본은 우리보다 소득이 10배쯤 되니 우리나라 가구가 잘 팔릴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일본에서 가구사업은 크게 실패하고 말았다. 일본 사람들은 돈은 많이 벌고 있으나 닭장(?)같은 작은 집에 살고 있으므로 한국에서와 같은 큰 가구는 일본 가정집에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듀퐁의 케브라, 이리듐과 IOC, 혼다의 한국가구 이야기는 기술 그 자체는 성공적이었으나 시장성이 없어 실패한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벤쳐 기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의 성공률은 약 5%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성공률이 낮은 것은 기술적으로 미흡해서라기보다는 앞의 실례에서와 같이 시장성 연구, 즉 마케팅에서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의 시장성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기술을 사람들이 살 것인가 등 소비자 마음을 파악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람 마음을 파악하기란 쉽지가 않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도 안되는 사람 속은 모른다는 우리나라 속담과도 같다. 이 속담은 수백년 전 우리나라 순진한 농부의 마음을 두고 나온 것이다. 요새 닳고 닳은 영악한 현대인의 마음은 더욱 모르는 일이다. 새로운 기술개발을 하는 벤처기업가들, 여기에 투자하는 벤처투자가들은 기업의 기술을 연구하고 파악하는 동시에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면밀히 연구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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