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와 이름에 얽힌 이야기

 

羅竹子, 裵信子, 金治國, 任信中

수년 전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자기 이름 때문에 학교에서 놀림을 받는다 하여 법원에서는 쉽게 이름을 고칠 수 있는 기간을 정하고 그 기간 내에서는 약식으로 이름을 고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대표적인 이름으로는 여러 개가 있었다. 여자 어린이 이름이 대(竹) 같이 절개가 있는 여자(子) 竹子인데, 성씨는 공교롭게도 羅씨였다. 그래 羅竹子(나죽자), 믿을 수 있는(信), 여자(子), 信者까지는 좋았는데 성이 裵씨여서 배신자, 그리고 任信中도 있었다. 남자 어린이에게는 나라(國)를 잘 다스린다(治)는 이름 治國이, 성은 金씨여서 金治國, 그러나 발음은 김칫국이었다.

30년전 내가 첫 직장에 들어간 몇 달 후 우리아버지는 내 이름을 보려고 당시 서울에서 알려져 있는 김 아무개 성명 철학관을 들린 적이 있었다. 거기를 다녀오신 후 우리 아버지는 만면에 희색을 띠고 아주 좋아하셨다.

내 이름이 아주 좋아 내가 당시 월급쟁이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큰 돈을 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직장을 4년 다니고 난 후 미국 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미국에 도착한 후 나는 내 이름을 잃어버린 것을 자주 느꼈다. 학교에서는 교수가 출석을 부를 때 나를 김세중이라고 불러주지 않고 그저 Kim이라고만 불렀다.

그리고 직장에서는 내 이름을 Sei Joong Kim이라고 적은 것을 보고 나를 First name만 부른다고 Sei로만 불렀다.

내 이름 Sei를 [씨이]로 발음하느냐 [싸이]로 발음하느냐고 물어보는 미국사람들이 많았다. [씨이]보다는 [싸이]가 좋을 것 같아 [싸이]가 내 본래 발음과 가깝다고 하니 그 후 내 이름은 [싸이]가 되었다.

내 이름은 싸이존

당시 나는 미국에서 3층에 세들어 살았다. 집주인 Agnes할머니는 내 이름이 Seijoong이라고 알려주니 나를 [씨중]이라고 불러 나의 본명과 유사하게 들렸다. 그러더니 내가 그 집에 살기 시작한 몇달 후 Agnes할머니는 내 이름이 생소해서 자주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내 이름 끝자 Joong자가 영어 이름 John과 유사하니 John이라고 부르면 어떻겠느냐고 제의를 해 왔다.

그 후부터 Agnes 할머니는 나를 John이라고 불렀다. 직장에서는 [싸이], 집에 와서는 [존], 내 이름은 [싸이존]이 되고 말았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오랜 세월이 지난 요즈음 우리 아버지와 내 이름 이야기를 다시 하게 되었다. 나는 [김아무개 성명철학관 엉터리지요? 그때 내가 번다는 큰 돈의 몇 십분의 일도 못 벌었으니 말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말씀이 걸작이었다. [미국에 있을 때 몇 년 동안 너를 김세중이라고 불러 주더냐? 그때 김이 빠져서 그런 것이다]라고 하셔서 한바탕 웃고 말았다. 개인의 이름은 돈벌이와 무관한 것 같으나 기업의 이름과 상표는 돈벌이와 연관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요즈음 코스닥에서 정보통신주, 벤처기업의 주가가 뛰자 기업들의 이름을 첨단기업 이미지를 풍기는 이름으로 바꾸고 있다.

예를 들면 청람은 청람디지탈로, 성진피혁은 성진네택으로, 청담물산은 포레스코로 한국강업은 일렉텍스로 상호를 바꾸어 코스닥에서 99년도에만 19개사가 상호를 바꾸었다. 현대자동차는 아반떼를 엘란트라 이름으로, 베르나는 뉴엑센트로 수출하고 있다. 한국에서 좋은 이름도 미국이나 다른 나라로 가면 그 이름이 이상하게 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대그룹의 영문이름은 Hyundai로 쓴다. 그러나 영어권 사람들은 이를 현대로 발음하지 않고 [현다이]라고 한다. 월남에 갔던 한국 군인을 [대한]이라고 하지 않고 [따이한]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현다이]의 다이는 영어의 [die]를 연상시킬 수도 있다.

[현다이]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die]하면 어쩌겠는가. 그래서 한때 현대자동차를 미국에서 선전하면서 Hyundai를 Sunday와 같이 [현데이]로 발음하라고 광고한 적도 있었다.

Gold Star는 금빛 나는 별(?)

LG그룹의 전 이름은 금성 즉 Gold Star였다. Star만 해도 좋은 데 Gold까지 붙였으니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 정반대였다. Gold Star는 영어권에서는 가족 중에 전사한 장병이 있음을 나타내는 금빛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Gold Star Mother는 전사자의 어머니이다.

그래서 LG로 바꾸었는지도 모른다. Sunkyoung은 sunk young 즉 물 속에서 가라 앉아버린 젊은이를 연상시킬지 모르며, 선경이라고 외국사람이 발음하기도 어려우니 아예 SK가 나은 것 같다.

화장품 아모레(Amore)는 이탈리아에서는 거리의 여자(아모레미오)를 연상시키고 보르네오 가구는 인도네시아 산으로 오인받기 쉽고 대영(Dae young)은 die young으로 발음되고 모닝가스(Morning Gas)는 방귀를 연상 시킨다.

삼성 : 산세이, 사무승구, 사무승

삼성그룹 임직원들은 일본사람을 만날 경우 삼성을 [사무승]으로 불러 달라고 말한다고 한다. 삼성의 일본어 발음이 [산세이](삼성을 일본식으로 발음), 사무승구(삼성 영문명의 일본식 발음), 시무승(가타카나로 표기한 삼성)등으로 각각 달라 고객들이 혼동하고 있기 때문에 [사무승]으로 통일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이름의 문제는 우리 나라 이름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이름도 이와 유사한 것이 많다. GM의 자동차 이름 Nova는 스페인에서는 No Va로 읽을 수 있어 스페인 말로 No Va는 [가지 않는다]를 뜻한다고 한다.

미국의 최대 기업 Exxon의 휴발유 이름 Enoco는 일본말로는 고장난 차를 의미하며 American Motor 자동차 이름 [Matador]는 Puerto Rico에서는 [Killer]를 의미한다고 한다.

Body by Fisher(Fisher에 의한 보디빌딩)는 벨기에의 일부 지방에서는 Corpse by Fisher(Fisher에 의한 시체)로 해석할 수 있으며 Braniff's 747 Rendezvous Lounge(Braniff 항공의 747 만남의 휴게실은)는 포트갈로 날아가면 Braniff's 747 Meet-Your-Mistress Lounge(Braniff 항공 747 매춘부를 만나는 휴게실)로 변해 버린다.

또한 Braniff 항공사는 비행기 좌석을 고급 가죽으로 단장하고 [fly on leather]([고급가죽좌석에 앉아 비행기 여행을 하십시오])라고 선정하였으나 스페인 사람들에게 [fly naked](벌거벗고 비행기 여행을 하십시오])라고 해석한다고 한다.

콜게이트의 치약이름 [Cue]는 프랑스에서는 포르노에서나 나오는 단어라고 한다.

[이름이 판매의 20%를 좌우한다]는 말은 자동차업계의 통설이다. 현대자동차의 [소나타]는 처음에는 판매실적이 좋지 않았다.

[소나타는 차]라는 농담반 진담반 얘기가 나돌면서 차의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게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쏘나타로 이름을 바꾸어 쏘나타는 지금 중형차의 대명사가 되었다.

현재는 제품의 생산기술이나 성능은 여러 회사 제품이 서로 엇비슷해서 이것만으로는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이제는 브랜드에서 제품차별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 코카콜라 상표가치는 434억달러, 코닥이 133억달러, 펩시콜라 89억달러, 소니가 88억달러 된다고 한다.

우리 기업도 뉴밀레니엄에는 국제화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가 될는지 모른다. 국제적으로 좋은 이름 짓기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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