手術은 성공적이었으나 患者는 죽었다

 

광고를 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시청자 및 독자의 눈길을 끄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 있어도 소비자들이 이 광고를 보고 좋은 제품을 알지 못하면 그 제품을 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TV, 신문, 잡지의 광고 홍수 속에 특정광고가 소비자의 눈에 띄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광고는 요샛말로 [튀는]것이라야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다. 광고업자들은 이를 두고 [creativity] 즉, 광고에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광고에 creativity를 불어넣기 위하여 copywriter와 미술책임자(art director)들은 머리를 싸매고 아이디어를 짜낸다.

미술 책임자들은 광고도 일종의 미술작품이라고 생각하고 광고디자인을 한다. 그러다 보면 제품을 설명하는 광고에 글쓰기 크기가 너무 작아 글씨를 알아 보기가 힘드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creativity를 중요시하여 만든 광고중에 면도기 회사 질레트가 만든 광고가 있었다. 원숭이가 사람의 얼굴에 면도를 하는 광고였다. 이 광고는 creativity를 높이 사 광고상까지 받은 광고였다.

광고는 관심유발을 통해 구매로 이어져야 성공이다.

그러나 광고를 본 후 소비자들은 그 광고의 원숭이는 기억하고 있는데 어떤 제품을 선전하는 것인지는 기억하지 못하였다. 광고 그 자체는 성공하였으나, 질레트 면도기를 파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다. 결국 상을 받았지만 광고의 근본 목적인 제품의 판매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였으므로 그 광고는 실패한 광고에 불과하다. 광고평론가들은 이러한 경우를 두고 [수술은 성공하였지만, 그 환자는 죽었다]라는 말로 격하시킨다.

이 경우를 두고 광고의 대가 오길비(Ogilvy)씨는 소비자가 광고를 보고 [그 광고가 참 잘 되었다]라는 말을 듣는 것 보다 광고를 보고 [전에는 그런 사실을 몰랐는데 그 상품을 한번 써 봐야겠다]는 말을 들어야 좋은 광고라고 역설하고 있다. 즉 광고는 소비자의 눈길도 끌어야 하고 또한 판매도 증가시켜야 하는 이중의 책무(double duty)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한 마리 토끼를 잡는 것도 어렵거니와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그러나 가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광고도 나온다. 옷을 세탁하는 Cheer-Free 세제 광고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광고로 평가받고 있다. 광고 중에 어떤 사람이 전화를 걸어 [Cheer-Free] 세제 sample을 요구하면서 다른 세제사용 후유증으로 몸이 가려워 심하게 긁적거리는 광고였다. 그 광고의 배역과 유머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하였고 또한 그 creativity는 나도 그 상품을 사용해 봐야겠다는 반응을 일으켜 제품판매에도 크게 기여하였다고 한다.

즉 광고는 첫째,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둘째, 그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설득하여야 하며 결국에는 구매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또 하나 광고가 매출에 기여하지 못하는 이유는 빗나간 마케팅전략에 따라서 광고를 했기 때문이다. 광고는 마케팅전략을 수행하는 하나의 수단인 바, 마케팅전략이 빗나가면 광고의 효과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면 리복(Reebok)은 운동선수가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하고 질긴 운동화로 영국에서 유명하였다. 그러나 리복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공하게 된 계기는 미국시장에서 에어로빅과 패션 운동화를 선보였기 때문이다(월간 [공인회계사] 9월호 참조). 리복이 질기고 튼튼한 운동화를 고집하고 그렇게 광고하였다면 아무리 creativity를 살려서 좋은 광고를 하였더라도 지금의 리복은 없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광고 전문가는 곧 마케팅 전문가이며 광고인의 마케팅 이론이 학계에도 인정되어 대학의 마케팅 교재에 수록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아직 우리 나라 광고업계는 이 수준까지 오르지 못한 것 같다. 우리 나라에도 1년에 수백억원 이상을 들여 광고하는 기업이 많다. 이러한 광고 중에 얼마나 많은 광고가 수술(광고)은 성공하였는데 환자(매출)는 죽은, 그러한 광고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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