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 경제론의 함정

 

자유는 자유스런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때 보장받는다. 사람을 죽이는 자유, 도둑질하는 자유는 부여될 수 없다. 그러면 경제적 자유는 어떠한가. 자유시장경제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사업에 마음대로 진출할 수 있는 자유, 사업을 마음대로 그만둘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자유도 속성상 남에게(국민에게)해를 입히지 않는 자유라야 그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다. 우리 경제가 IMF 체제를 맞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유사한 사업에 과잉.중복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이 과잉.중복투자도 자기 돈이 아닌 남의 돈(은행 등의 차입금)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은행 돈을 재벌급 대기업이 독차지해 중소기업에 돌아갈 돈이 모자라 건전한 중소기업을 육성하지 못한 것도 IMF 체제를 불러들인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중소기업이 튼튼한 대만은 아시아 위기에서 예외인 것을 보아도 이를 알 수 있다. 대기업들이 이렇게 과잉.중복투자를 하게 된 것은 관계나 학계에 있는 자유시장 경제론자들의 잘못된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40%대의 가동률밖에 유지하지 못하는 자동차업계는 대량감원을 하는 등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불과 수  년 전 자유시장 경제론자들은 삼성과 쌍용에 자동차산업의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자유로운 의사에 맡겨야 한다고 했으나 그 결과는 IMF체제를 불러들이는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과잉.중복투자는 자동차업계뿐만 아니다.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중동의 석유 달러를 흡수해 한때 호황을 누리던 건설업도 과잉. 중복투자가 되어 현재 빈사상태이며, 유화.정유.가전.반도체산업의 과잉.중복투자, 은행의 점포신설 경쟁, 종금.리스.보험업계의 난립 등 과잉.중복투자는 우리나라 모든 산업에 퍼져있다. 삼성이 자동차를 시작한 이유, 현대가 석유화학을 시작한 이유, LG가 반도체를 시작한 이유는 그 사업의 장래성을 보고 합리적으로 투자결정을 한 게 아니라 경쟁기업에 지지 않기 위한 투자라고 보면 지나친 판단일까.

우리나라 기업끼리의 경쟁은 합리적 경쟁이 아니고 1등을 하기 위한 이전투구이다. 자기 자식의 특기를 살려 그것을 북돋워주기보다는 국어 영어 수학 화학 물리 등 모든 과목을 잘해 자기 반에서 1등 하기를 원하는 우리나라 필부필부의 사고방식이나 다름없다. 여기에서 정부나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기업들의 이전투구를 견제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정부의 기능은 운동경기에서 심판자의 그것과 같다고 한다. 권투경기에서 선수가 너무 방어만 하고 싸우지 않으면 서로 공격하라고 유도한다. 그러나 월드컵 축구에서 보았듯이 승부에 너무 집착해 경기가 너무 거칠어지면 반칙을 주어 퇴장 시키기도 한다. 자유시장 경제론자들의 목소리가 너무 높아 이러한 과잉.중복투자를 견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부추긴 것이 IMF 체제를 맞은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자유시장 경제론자들의 주장에 의한 폐해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 과잉.중복투자 저생산성을 치유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지금 구조조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재벌들의 사업교환, 생산성이 낮은 사업의 퇴출, 부실 채권이 많은 은행의 퇴출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서 또 자유시장 경제론자들은 정부의 이러한 과잉.중복투자, 생산성이 낮은 기업 퇴출 등의 노력에 발목을 잡고 있다. 구조조정은 기업이 스스로 자유스럽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자유롭게 사업을 교환해 과잉.중복투자를 해소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백년하청이다. 스스로 사업교환을 할 만큼 합리적 사고를 가졌다면 아예 과잉.중복투자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대기업이 생산성 없고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방계기업을 스스로 퇴출 시키는 용단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 격이다. 일본의 부도난 증권회사 사장이 회사가 망한 것은 전적으로 자기책임이고 다른 직원의 책임은 없다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의 부도 난 증권회사 사장은 재빨리 직원들에게 퇴직금과 위로금을 지불해 버렸다. 고객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자기 은행이 퇴출 된다고 전산장비를 감추어 두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 수많은 고객이 출금하지 못하는 사태가 있었다. 정리해고를 반대한다고 길을 막고 사회 혼란을 일으키는 노조, 자기 기업만 살겠다고 자금을 전부 끌어다 그 돈으로 부도난 것이나 다름없는 방계회사를 살리려는 재벌등 한국 경제현상을 보고 '도덕적 해이'가 너무 심하다고 외국인은 비판한다.

그래도 자유시장경제를 외쳐대야 하는지 묻고 싶다. 엠스덴 MIT 교수는 한국에는 미국에서 공부한 수백여명의 경제학박사가 있지만 이들은 앵글로색슨 경제이론에 파묻혀 그 이론을 한국 문화에 맞게 이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감귤나무를 서울에 옮겨 심어도 감귤은 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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