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스'라고 말해야 하는 일본인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책이 수년 전에 일본에서 출판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몇주 전에는 호소카와 총리가 무역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에게 노라고 말해 또 한번 신문에 크게 보도되었다. 그 무렵 어느 신문만화에서는 호소카와 총리가 클린턴 대통령에게 펀치를 맞고 지팡이를 집고 가는 모습을 그렸다.

일본은 세계의 지도국이 될 수 없다는 말을 어느 미국교수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일본은 부자나라인데도 불구하고 타국을 도와주지 않기 때문에 일본을 따르는 국가가 드물다는 것이다. 미국은 2차대전후 독일, 일본의 부흥을 도왔고 한국도 도왔다고 그 미국교수는 강조했다.

일본은 수천억 달러의 무역 흑자국이고 미국은 수천억 달러의 무역 적자국이다. 일본의 무역흑자는 주로 미국에 상품을 많이 팔았기 때문이고 미국의 무역적자는 일본에서 상품을 많이 구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일본에게 상품을 미국에 팔지만 말고 미국제품도 사가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호소카와 총리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노라고 말한 것이다.

호소카와 총리가 노라고 하자 달러에 대한 엔화의 강세가 급속해지기 시작했다. 달러당 1백엔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 불과 수년 전에는 달러당 3백엔인 적이 있었다. 일본 기업이 상품을 미국에 1달러어치 팔 경우 불과 수년 전에는 3백엔을 벌었는데 지금은 1달러어치 팔고 1백엔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 그래도 미국에 계속 수출하려면 일본상품의 원가는 3백엔 시절보다 3배 가까이 낮아져야 하고 그렇게 원가가 3배정도 낮아지려면 근로자들이 3백엔 시절보다 3배 가까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일본근로자가 예전보다 3배 더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근로자의 삶의 질적 수준이 3배 좋아진 것이 아니고 그전 그대로 이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한국의 젊은 근로자가 일본에 연수를 가 일본의 장년근로자와 같이 일을 하였다 한다. 그런데 그 젊은 한국근로자는 육체적으로 너무 힘이 들어 일본의 장년근로자와 같이 일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는 엔화 강세가 그 원인이 아닌거 싶다.

일본 중견기업 사장도 30편 정도의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중류정도의 일본인들은 닭장(?)같은 좁은 집에 산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기 위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절제라고 볼 수 있다.

호소카와 총리가 노라고 말함으로써 달러당 엔화 1백엔이 깨지고 90엔, 80엔으로 강해져 지금의 무역흑자를 그대로 유지하려면 일본 근로자들은 전보다 더 열심히 더 혹독하게 일하여야 한다.
혹독하게 일하는 한계를 지나서 노예(?)같이 일하여야 할지도 모른다. 살기가 힘들어 미국으로 이민 가는 일본젊은이 숫자가 늘어난다고 한다. 이는 일한만큼 잘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일본국민은 무엇 때문에 일하고 무엇 때문에 사는가.
태평양 전쟁때 일보의 젊은 비행사들은 자기의 비행기에 폭탄을 가득 싣고 미국 군함에 충돌하여 미국군함을 침몰시키려 하였다 한다.
가미가제 특공대가 그것이다. 나라를 위해서는 자기 목숨까지 바치는 일본 국민이었다. 그러한 현상이 경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자기자신은 혹독하게 일하여 원가를 절감하고 수출을 많이 하면 일본은 무역흑자가 많이 생기고 부강하여진다.

미국은 이와는 정 반대의 생각이다. 미국은 무역적자에 허덕이더라도 일본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 값싸고 좋은 상품을 수입하여 미국 국민생활의 질적향상을 도모해야 한다는 생각인 것 같다.
일본도 이제는 세계의 부자나라가 되었다. 그만큼 일본인들의 삶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킬 때도 되었다고 생각된다. 그만큼 여유가 있으면 다른 나라의 상품도 사주어야 할 입장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은 다분히 돈 많은 구두쇠가 자선사업에 돈을 쓰라는 대중의 목소리에 당당하게 노하여야 한다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지 않고 도움만 청한다는 구두쇠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일본이 부강하게 된 것은 다른 나라에서 일본상품을 많이 사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일본도 구두쇠 스쿠르지 영감이 밤사이 마음이 변하였듯이 타국의 상품을 많이 사주어 무역전쟁도 피하고 일본국민의 삶의 질적 수준도 향상시켜야 할 시기인 것이다.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 앞에서 말한 미국의 어느 교수 말처럼 세계의 지도국이 되는 길이기도 하다.

얼마전 주일한국대사는 일본의 영화 음약 등 일본 문화를 수입할 것을 공식적으로 거론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일본이 먼저 한국의 제품을 많이 수입하고 한국에 대한 무역흑자를 줄이게 되면 한국국민은 일본에 대하여 더욱더 우호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수백년 동안 무사가 지배한 사회였다. 정의가 힘이라기보다는 힘(칼)이 정의인 사회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많이 변하였다. 힘(무역흑자)만을 축적하려고 하기보다는 그 힘으로 인심을 써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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